본문 바로가기
연예, 방송(영화, 드라마 리뷰)

일본영화 추천 《하나와 앨리스》 영화 아오이유우 영화

by ronaro 2025. 6. 12.
반응형

하나와 앨리스

 

― 소녀들의 첫사랑, 우정, 그리고 서툰 성장의 기록

일본 영화 《하나와 앨리스》(2004)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섬세한 감성과 시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성장 드라마다. 영화는 중학생 소녀 하나와 앨리스의 우정과 첫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과 자아를 따라간다. 따뜻한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조용한 거리… 익숙한 일상의 풍경들이 두 소녀의 감정선과 어우러져, 한 편의 수필처럼 부드럽고 아련하게 펼쳐진다.

🌸 줄거리 요약

평범한 소녀 하나는 우연히 본 선배 미야모토에게 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생각보다 커져버린다. "기억상실증이다"라는 말로 그에게 접근한 하나는, 점점 죄책감과 복잡한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친구 앨리스는 그런 하나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이야기는 처음엔 하나의 시점으로 전개되지만, 점차 앨리스의 서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이 깊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과 자아 발견의 서사로 이어지는 전개를 마주하게 된다.

🎭 인물 분석과 감정의 결

‘하나’는 불안정하고 충동적인 사춘기의 상징이다. 자신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모습은 어딘가 서툴고 애틋하다. 반면, ‘앨리스’는 보다 조용히 감정을 간직하고 표현하는 인물로, 예술(무용)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이들은 극 중에서 친구이자 거울 같은 존재로, 서로를 비추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특히 앨리스를 연기한 아오이 유우는 이 영화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특유의 섬세하고 투명한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나 역의 스즈키 안 역시 불안한 십대의 복잡한 감정을 실감 나게 연기하며, 두 배우의 호흡이 영화의 감정선을 단단히 지탱한다.

🎼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이와이 슌지의 연출

《하나와 앨리스》의 가장 큰 미덕은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설명 없이 장면의 공기와 분위기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만든다. 카메라는 자주 인물의 뒷모습이나 흐릿한 초점을 잡으며, 말보다 여운을 남긴다.

또한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재즈풍의 피아노 선율과 클래식 음악은 각 장면의 감정을 한층 고조시킨다. 특히 앨리스가 발레 오디션을 준비하며 춤추는 장면은, 무용과 음악, 조명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시적인 장면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사춘기의 일기장 같은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단순한 학원 로맨스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첫사랑, 친구와의 갈등, 자아의 혼란과 같은 감정을 포착한 영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담아냈기에 더욱 진정성이 있다.

특히 이와이 슌지 감독은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소녀들만의 세계에 집중한다. 영화 속 배경은 집과 학교이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움직이는 힘은 두 소녀의 감정이다. 그래서 더 생생하고, 더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감성이 있다. 10대 시절에 봤을 땐 하나처럼 사랑에 서툴렀던 자신을 떠올리게 하고, 성인이 되어 다시 보면 앨리스처럼 조용히 누군가를 응원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세월이 지나며 보는 시선은 달라져도, 그 감정의 순도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렇기에 《하나와 앨리스》는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감정이 달라질 때마다 영화 속 의미도 조금씩 달라진다.

💌 결론 : 기억의 앨범 속 한 페이지

《하나와 앨리스》는 첫사랑의 설렘, 친구와의 오해, 그리고 한 걸음 내딛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장면은 웃기고, 어떤 장면은 가슴 먹먹하다. 그리고 모든 장면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닮아 있다.

햇살이 가득한 복도,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 거짓말 뒤에 숨겨진 진심… 이 영화는 마치 오래된 일기장처럼, 잊고 있던 감정을 조용히 꺼내어 보여준다. 그래서 《하나와 앨리스》는 한 편의 영화이자,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기억의 조각이다. 그 시절의 우리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처럼 말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정이란 어떤 모양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정답은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