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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방송(영화, 드라마 리뷰)

발리에서 생긴 일|20년 전 명작, 다시 봐도 충격적인 결말

by ronaro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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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SBS에서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을 최근에 다시 정주행했습니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화부터 몰입감이 엄청났고, 특히 조인성 배우님의 감정 연기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봐도 그 당시만의 감정의 밀도가 더 생생하게 와 닿았어요. 아직 이 드라마를 한 번도 보지 않으셨다면, 꼭 보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발리에서 생긴일

1. 드라마 개요

  • 방송사: SBS
  • 방영 기간: 2004년 1월 3일 ~ 2004년 3월 7일
  • 총 20부작
  • 장르: 정통 멜로 / 사랑과 집착 / 비극적 로맨스
  • 요약: 네 명의 젊은 남녀가 발리에서 만나게 되며 시작되는 슬프고 치명적인 사랑의 소용돌이. 각기 다른 배경과 가치관,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얽히며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국으로 향해갑니다.

 

2. 주요 등장인물 및 설정

(1) 이수정 – 하지원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사고만 치는 오빠 대신 가정을 책임지며 살아온 강인한 인물.
현실은 가난하고 힘들지만 늘 씩씩하고 생존에 대한 의지가 강한 캐릭터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동시에 내면의 상처도 깊은 인물로, 발리에서 만난 재민과 인욱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수정의 현실적인 모습은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주었고, 하지원 배우의 생동감 있는 연기로 더욱 빛났습니다.

(2) 정재민 – 조인성

말 그대로 ‘재벌 2세’답게 세상을 우습게 보는 거만한 태도를 가진 인물입니다.
영국, 미국 등 해외 엘리트 교육을 받고 돌아왔지만 내면은 공허하고 방황하는 청춘. 겉으로는 멋지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집착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원(수정)을 만나게 되며, 인생의 중심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외로움과 압박 속에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은 조인성 배우의 연기력으로 깊게 다가옵니다.

(3) 강인욱 – 소지섭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살아온 노력파. 어릴 적 부모의 이혼, 가난한 환경, 엄마의 불안정한 삶을 겪으며 세상에 마음을 닫은 인물입니다.
이전에 사랑했던 영주를 잊지 못한 채 지내던 중,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수정에게 따뜻한 감정을 느끼며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하지만 정재민의 개입, 영주의 질투가 갈등을 깊게 만듭니다. 강인욱은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 주인공입니다.

(4) 최영주 – 박예진

외모, 학벌, 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여성. 처음엔 인욱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무너지고 재민과 얽히게 됩니다.
이후 재민과 인욱 모두가 수정에게 마음을 주자, 사랑에서 분노로, 질투에서 광기로 변해가는 복잡한 감정을 겪습니다.
박예진 배우의 단정한 단발 헤어와 차가운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상실과 상처 속에서 방황하는 복합적인 인물로 표현되었습니다.

 

3. 감상 후기(스포 포함)

《발리에서 생긴 일》은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닙니다.
사랑, 욕망, 질투, 집착, 신분차이, 자존심까지 모든 인간적인 감정이 뒤엉켜 마지막엔 폭발하듯 무너지며 비극적 결말을 맞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단연 조인성 배우가 연기한 정재민.
정말 못된 재벌남인데도 묘하게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한 모습 때문에 밉지 않은 푼수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수정과 인욱이 잘 되어가려 할 때마다 어김없이 끼어들어 광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데, 그게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민은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정작 ‘사랑’ 하나만큼은 절실히 갈망했고,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결말 장면은 충격 그 자체.
총성과 함께 무너지는 세 인물의 감정과 생명이 단 몇 초 만에 끝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파격적입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 5분이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엔딩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또 하나 재밌는 감상 포인트는, 고(故) 김수미 님이 맡은 정재민의 어머니 역할입니다.
“거지 같은 년”이라고 하지원에게 말하는 대사는 정말 찰지고, 얄밉지만 현실적인 엄마 캐릭터였습니다.
김수미 배우님의 특유의 억양과 표정 연기는 지금 봐도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입에 주먹을 넣고 우는 장면이 있다고 기억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그런 장면은 실제로 없더라고요. '입에 주먹 넣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재미있는 반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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